태어나서 처음으로 캠핑이란 걸 해봤다. 나이가 서른이 넘도록 여유 없이 일만 했던 내게, 올해가 가기 전 스스로 선물을 주고 싶기도 했고 그동안 묵혀두었던 버킷리스트를 채워가자는 의미에서 떠난 포천 여행.
여러 군데 알아본 결과, 깔끔하다 리뷰가 많았던 메이플 글램핑 캠핑장을 방문했다. 무엇보다도 캠핑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내가 스스로 텐트를 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생각했고, 처음 캠핑 체험이니 만큼 부가적인 준비에 에너지를 쏟기보다 캠핑 그 자체의 여유를 즐기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게 맞다 여겼기 때문.
위치는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장암리 636-11. 글램핑 장은 A, B, C, D 총 네 개의 스폿이 있다. 각각의 글램핑 텐트가 붙어 있기 때문에 각 끝에 위치한 A와 D 사이드 측이 비교적 공터와 함께 널찍하다. D 쪽은 관리실 건물과 가깝기 때문에 정말 조용히 구석진 곳에서 여유를 즐기겠다 하면 A를 추천한다.
주차장 초입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관리실이 있다. 관리실에는 남자 사장님과 여자 사장님이 계시는데, 남자 사장님은 비교적 친절하시다. 최대한 캠퍼들이 여유롭게 쉴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편.
실수로 불을 꺼트렸을 때 불쏘시개도 무료로 따로 챙겨주시고 부족한 냄비도 선뜻 추가로 대여해 주셨다. 관리실에는 장작과 구비용품뿐만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손님들을 위한 레저 용품도 있었다. (탁구, 배드민턴 라켓 등)
글램핑 장은 불 멍들 위한 화로대, 바비큐를 위한 그릴 세트, 파라솔 + 해먹 프레임 (사용하지 않는 듯)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는 온돌 바닥, 침대에는 전기장판, 에어컨 (난방 가능) 등 구비 시설이 잘 되어있었고 화장실로 들어가면 온수 탱크가 있는데 미리 물을 덥혀놓으면 한 사람이 샤워를 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다만, 한 명이 샤워를 끝내면 또 다른 사람이 씻기 위한 온수가 마련되는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았다.
샤워실 옆문으로 정말 작은 부엌이 있다. 한 사람 겨우 들어갈 정도 공간이고 싱크대 공간도 협소해서 설거지 정도 가능하다. 심지어 아래 수납장을 열면 사람이 서 있을 수 없다. 애초에 식기 자체도 스테인리스로 되어있어서 접시나 컵, 냄비 등 부족한 게 많아 가족 단위로 갔을 경우 요리할 때는 정말 많이 불편할 것 같다. (하지만 캠핑할 때 라면 하나 끓이는 게 다라면 나쁘지 않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맛있었던 저녁. 생생 우동과 볶음 김치 사들고 가서 김치 가락국수를 끓였는데 최상의 조합이었던 것 같다.
바비큐를 하면서 신기했던 건, 보통 펜션을 놀러 가면 사장님들이 다 숯에 불을 붙여주셨는데 캠핑장에선 스스로 불을 붙여야 했다. 근데 오히려 이런 경험이 추억으로 남았다. 숯 냄새와 찬공기, 애쓰며 불을 붙였던 노력과 연기에 눈 매워서 울상을 지었던 것들이 지금도 생각이 나 웃음이 난다.
캠핑장에서 불멍 세트를 15000원에 즐길 수 있었다. 우리는 처음 예약했을 때 바비큐 세트만 포함시켜서 갔었는데, 막상 캠핑을 시작하고 눈앞에 화로대가 있으니 호기심에 또 안 해볼 수 없었다.
영수증 리뷰를 쓰니 장작을 한 포대 더 주셨고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오히려 화로대가 보온 역할도 해서 코코아 하나 따뜻하게 타서 진실게임도 하며 온기를 즐겼다. 코는 추워서 빨갛게 시렸는데 등은 또 따뜻하고 매점에서 파는 오로라 가루를 넣어 보라색, 파란색 색색 불꽃을 보는 게 참 운치가 있었다.
즐거웠던 1박 2일, 겨울 글램핑 체험. 많은 계절 중에 겨울에 갔던 게 참 좋았고 크리스마스가 가까웠으니 트리도 설치되어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시설도 꽤 괜찮았으며 근교에 있어 쏘카를 빌려 방문하기도 좋았다. 아마 다시 또 겨울이 되면 생각이 나 재방문을 하지 않을까? 여러모로 좋은 추억이 되어 뜻깊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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